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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분리배출을 하다가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들었을 거다.
분명 포장지에 ‘플라스틱’이라고 적혀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재활용이 안 되는 플라스틱이라는 사실.
그 순간 드는 감정은 죄책감이 아니다.
대부분은 그냥 이런 생각이다.
“이게 말이 돼?”
플라스틱이라고 써 있으면, 플라스틱에 넣는 게 자연스럽다
사람은 쓰레기를 버릴 때 고민하지 않는다.
출근길, 집 앞, 엘리베이터 옆에서
우리는 거의 반사적으로 판단한다.
플라스틱처럼 생겼고
플라스틱이라고 적혀 있고
플라스틱 통이 있으면
그냥 넣는다.
여기엔 잘못이 없다.
이건 무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행동의 기본 구조다.
오히려 이 흐름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건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OTHER라는 단어는 소비자를 위한 언어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OTHER’라는 표기다.
이 단어는 소비자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원래 OTHER는
행정과 산업 내부에서
“재활용 공정에 넣기 어려운 기타 플라스틱”을 구분하기 위한 분류다.
하지만 그걸 아무 설명 없이
일반 소비자가 보는 포장지에 적어 놓는다.
그리고 나중에 말한다.
“그건 일반쓰레기로 버렸어야죠.”
이건 안내가 아니다.
사후 통보에 가깝다.
고지 없는 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
어떤 행동을 요구하려면
그 행동이 직관적이거나,
아니면 반복적으로 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에는
공익광고도 없고
캠페인도 없고
분리수거함 안내도 없다.
결국 시스템은 이렇게 작동한다.
사람들은 선의로 플라스틱에 버리고
선별장에서 다시 걸러지고
재활용률은 떨어지고
비용은 세금으로 처리된다.
그리고 책임은 조용히
개인에게 남는다.
이건 환경 의식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분리배출을 잘 안 해서 그래”
이 말은 편하지만 정확하지 않다.
사람들은 오히려
플라스틱이라는 말 하나만 보고
환경을 생각해서 분리배출을 한다.
문제는
환경을 생각한 행동이 시스템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건 의식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 실패의 결과다.
헷갈리는 게 아니라, 헷갈리도록 만들어졌다
플라스틱인데 플라스틱이 아니고
플라스틱이라고 써 있지만 일반쓰레기고
그 기준은 어디에도 크게 쓰여 있지 않다.
이 상황에서 헷갈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똑똑해서가 아니라
이미 포기했기 때문이다.
헷갈린다는 건 아직
“이게 맞나?”라고 질문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이유
이 글은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글이 아니다.
누군가를 훈계하기 위한 글도 아니다.
그냥 이런 감정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내가 이상한 건 아니었구나.”
“이건 내가 몰라서 생긴 문제가 아니었구나.”
그 정도만 전해져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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