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부터는 기름도 골라 먹어야 한다? 당뇨와 혈당을 결정하는 식용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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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들고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공복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 위쪽에 걸려 있었습니다. 의사는 당뇨는 아니지만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당뇨 전단계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솔직히 예상은 했습니다. 40대 중반을 넘기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었으니까요.

집에 돌아와서 처음 한 일이 부엌 서랍을 열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식용유 두 병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카놀라유, 하나는 포도씨유. 건강을 생각한다고 골라 산 기름들인데, 이게 맞는 건지 갑자기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기름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보기로 했습니다.


기름이 혈당에 영향을 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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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기름이 혈당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혈당은 탄수화물 문제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밥을 줄이고, 빵을 끊고, 과자를 멀리하면 되는 거라고.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탄수화물을 포화지방으로 바꿨을 때 혈당 변화를 연구한 102개의 논문을 메타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결과가 놀라웠습니다. 탄수화물을 포화지방으로 바꿨더니 혈당이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탄수화물을 다가불포화지방, 쉽게 말해 오메가 6나 오메가 3로 바꾸자 당화혈색소가 0.11~0.15% 떨어졌습니다.

당화혈색소가 0.1% 떨어지면 심혈관 질환이 7%, 당뇨 발병이 22% 낮아집니다. 숫자가 작아 보여도 실제 효과는 엄청납니다.

기름이 혈당을 관리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왜 기름마다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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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세포막 이야기를 잠깐 해야 합니다. 조금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한 번 이해하면 기름 선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는 세포막이 있습니다. 그 세포막은 우리가 먹는 지방으로 구성됩니다. 오메가 3나 오메가 6 같은 다가불포화지방을 먹으면 세포막이 유연해집니다. 인슐린이 세포 문을 두드릴 때 문이 잘 열린다는 뜻입니다. 혈당이 세포 안으로 잘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포화지방, 특히 팜유나 코코넛유에 많은 특정 포화지방산을 많이 먹으면 세포막이 딱딱해집니다. 인슐린 신호가 잘 전달되지 않고, 결국 인슐린 저항성이 생깁니다. 혈당이 잘 처리되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먹는 기름이 문자 그대로 내 세포막의 재료가 된다는 것. 40대가 되어서야 알게 된 사실입니다.


당뇨와 혈당 관리에 기름 순위를 매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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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의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기름에 대한 꽤 명확한 그림이 나옵니다.

1등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당뇨 환자에서 올리브유를 먹었을 때 당화혈색소가 0.27% 떨어지고 공복혈당이 평균 8 정도 내려갔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비당뇨인도 하루 한 큰술에서 한 큰술 반을 꾸준히 먹으면 당뇨 발병 위험이 16% 낮아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서가 하나 있습니다. 그냥 올리브유가 아니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여야 합니다. 올리브유의 주성분은 오메가 9인데, 성분만 따지면 사실 오메가 3나 6보다 당뇨에 특별히 유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에는 올레우로페인, 하이드록시타이로솔 같은 항산화 물질이 가득합니다. 이 성분들이 포도당 흡수를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인슐린 감수성을 높입니다. 기름이 아니라 거의 약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2등 — 콩기름, 카놀라유

인터넷에서 최악의 기름으로 취급받는 기름들입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15,000명을 14년간 관찰한 연구가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직접 각 가정을 방문해서 실제로 어떤 기름을 얼마나 쓰는지 측정한 대규모 연구입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콩기름과 카놀라유는 볶음 요리에 써도 당뇨 발병과 연관이 없었습니다. 반면 라드, 땅콩기름, 정제 혼합 식물성 기름은 당뇨와 분명한 연관이 있었습니다.

카놀라유를 당뇨 환자에게 먹인 연구에서는 당화혈색소가 0.16% 내려갔습니다. 고혈압까지 있는 당뇨 환자에서는 무려 0.6%가 내려갔습니다. 성분을 봐도 이해가 됩니다. 카놀라유는 오메가 9이 풍부하고 오메가 3도 적지 않게 들어 있습니다. 오메가 6 함량은 19%인데, 라드가 13%라는 걸 생각하면 카놀라유가 오메가 6 덩어리라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3등 — 들기름, 참기름, 아보카도유

들기름은 식물성 오메가 3의 대표 기름입니다. 당뇨 환자에서 들기름이 공복혈당을 낮춘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어유와 비교했을 때 공복혈당만큼은 들기름이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단, 식물성 오메가 3가 동물성 오메가 3보다 우월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심혈관이나 콜레스테롤 측면에서는 어유가 훨씬 좋습니다.

참기름은 리그난이라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연구에서 공복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확인됐는데, 용량이 하루 35g 이상으로 꽤 많이 먹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들기름과 참기름은 반드시 생으로 먹어야 합니다. 열을 가하는 순간 건강 효과가 사라지고 오히려 해로운 물질이 생깁니다.

4등 — 버터

버터가 당뇨를 예방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11개국 20만 명을 관찰한 결과, 버터를 하루 한 큰술씩 먹을 때마다 당뇨 발병이 4% 낮아졌습니다. 유제품에 들어있는 홀수사슬 포화지방과 천연 트랜스지방 덕분입니다.

그런데 버터를 굳이 챙겨 먹을 이유는 없습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8g으로 대체하면 당뇨 예방 효과가 8%입니다. 버터의 두 배입니다. 선택지가 있다면 올리브유가 낫습니다. 다만 당뇨 환자는 버터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버터를 많이 먹을수록 당뇨 환자의 사망률이 올라간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피해야 할 것들 — 코코넛유, 팜유, 라드

코코넛유는 식후 혈당을 올리고 장기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는 메타분석이 있습니다. 방탄커피에 넣어 드시는 분들이 많은데, 당뇨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팜유는 과자, 라면, 믹스커피에 가득 들어 있습니다. 포화지방 비율이 동물성 기름에 가까울 정도로 높습니다. 안 먹으려 해도 가공식품을 통해 자동으로 섭취하게 되는 기름입니다.

라드는 중국 연구에서 당뇨 발병과 가장 강하게 연관됐습니다. 다만 연구 대상자의 75%가 라드로 볶거나 튀긴 요리를 먹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기름보다 조리 방식의 문제가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기름보다 조리 방식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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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이야기에서 한 가지 결론이 반복됩니다.

어떤 기름을 쓰든 고온에서 가열하면 말짱 꽝입니다.

들기름으로 달걀 프라이를 하는 것은 건강한 기름으로 최악의 음식을 만드는 행위입니다. 오메가 3는 산화에 매우 약해서 열을 가하면 트랜스지방과 아크롤레인 같은 유해물질이 생깁니다. 들기름, 참기름은 무조건 생으로 먹어야 합니다. 나물 무칠 때 마지막에 두르거나, 완성된 요리에 한 방울 올리는 방식으로.

고온 조리가 불가피하다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나 아보카도유를 씁니다. 산화 안정성이 좋아서 볶음 요리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40대의 부엌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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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엌으로 돌아왔습니다.

카놀라유와 포도씨유 두 병이 있던 자리에, 지금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와 들기름이 있습니다. 올리브유는 샐러드에 뿌리거나 완성된 요리에 마무리로 씁니다. 들기름은 나물 무칠 때 씁니다. 볶음 요리는 올리브유로 합니다.

거창한 변화가 아닙니다. 장을 볼 때 기름 하나를 다르게 고르는 것. 볶고 나서 들기름을 한 방울 더 올리는 것. 샐러드에 드레싱 대신 올리브유를 뿌리는 것.

40대가 되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시기입니다. 혈당 수치 하나, 기름 하나가 10년 후의 건강을 결정합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부엌 서랍을 한 번 열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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