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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결심하던 그날 아침, 저는 회사 사무실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제 더는 남의 시간을 살아주지 않겠다. 이젠 내 돈, 내 시간, 내 인생이다.”
그때의 저는 깊이 몰랐습니다.
퇴사가 아니라 현실 감각을 내려놓고 있었다는 걸.
처음 시작은 가벼운 호기심이었다 — 그리고 너무 쉽게 돈을 벌었다
2017년 말, 처음 접한 코인은 ‘리플(XRP)’이었습니다.
차트는 무슨 미술 작품처럼 위로 곧게 뻗어 있었고,
저는 용돈 20만원을 넣어봤습니다.
며칠 뒤, 리플이 137% 올랐습니다.
삼각김밥 먹던 제 손이 덜덜 떨리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아… 이거구나. 내 재능은 여기 있었던 거구나.”
그 다음은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이더리움클래식(ETC), 스텔라(XLM), 네오(NEO)…
지금 생각하면 그냥 상승장 버프였는데,
그때는 제가 종목을 ‘고르는’ 게 아니라
종목이 저를 선택하는 느낌이었죠.
그러다 용돈이던 20만원이
300만원이 되고 500만원이 되자
저는 바로 투자금을 100단위로 늘렸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96%
백만원이 치킨 세 마리 값으로 돌아오는 걸 보며
저는 첫 번째 쓴맛을 봤습니다.
진짜 불붙은 시기: 현물의 맛, 선물의 독
2019년.
적금 만기 2,000만원이 생겼습니다.
저는 그대로 다시 시장으로 뛰어들었죠.
그때 처음 공부한 개념이
지지·저항 / 거래량 / 양봉·음봉 / 펀더멘털 분석.
조금은 아는 척할 수 있는 무기가 생긴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골라낸 종목이 ‘체인링크(LINK)’였습니다.
이게 10배가 떠버렸고
2천만원이 2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진짜 위험한 게 등장합니다.
“선물(Futures)”
업비트 현물만 하다가
바이낸스 선물 탭을 처음 눌렀을 때,
"20x", "50x" 이런 버튼들이 저를 미친 듯이 유혹했습니다.
"아니 2억을 50배로 굴리면…?"
머릿속 계산기가 순식간에 돌아갔습니다.
처음엔 롱 포지션으로 비트코인 숏 청산을 몇 번 때렸습니다.
그러자 하루에 몇 백씩 찍히는 수익을 보면서
저는 완전히 중독됐습니다.
하지만…
롱은 천천히 벌고
숏은 순식간에 잃고
청산은 그 둘을 한순간에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걸
그때 저는 몰랐습니다.
2020년 코로나 쇼크 — 인생 위기의 시작이자, 또 다른 착각의 시작
코로나로 전 세계가 흔들릴 때
저는 오히려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비트코인이 5천달러 언저리,
이더리움이 100달러대…
그야말로 시장이 바겐세일 중이었죠.
저는 그 시기
비트, 이더, 체인링크, 도지, 스택스 등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6개월 뒤
1억이 찍혔습니다.
그때 저는 처음으로
“퇴사하면 진짜 평생 혼자 벌어먹고 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초, 대폭등장에서
제가 선택한 저평가 코인 하나가
또 미쳐 날뛰었습니다.
제가 1억 넣은 종목이
3개월 만에 9억 2천만원이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사람은 이성을 잃습니다.
그리고 저는 완전히 잃었습니다.
퇴사 — 그리고 월 1,400만 원의 착각
퇴사 후 저는 테라의 ‘앵커 프로토콜’에
UST 스테이블 코인을 거의 전부 넣었습니다.
연 19.5% 이자.
월 1,462만원.
어떤 삶이 펼쳐졌냐면요,
-
아침 10시에 느긋하게 일어나고
-
낮엔 카페에서 차트 보는 척하며 노트북 껐다 켰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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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스테이크 먹으며 “내일은 어디 가볼까?” 고민하고
-
통장엔 매일 이자가 들어오고
이 모든 게 저를 착각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나는 성공했다."
"이제 노동은 선택이다."
"다시는 가난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페이지에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는지
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UST 디페깅 — 9억이 4억으로 붕괴된 날
2022년 5월.
갑작스러운 UST 매도 물량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흔들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거의 절대 1달러 밑으로 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순간,
UST 가격이 0.97 → 0.92 → 0.85…
그리고 순식간에
0.60달러대로 미끄러졌습니다.
저는 바로 매도했습니다.
마이너스 35%.
9억이던 잔고가
한 번의 디페깅으로
4억이 되었습니다.
그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했다
문제는 손실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의 멘탈이었습니다.
사람은 큰돈을 잃으면
그 전 단계로 돌아가려는 강박이 생깁니다.
저는 그 강박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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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점에서 현물을 물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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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해서 선물로 숏 포지션 잡았다가 폭등에 청산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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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롱 잡았다가 폭락에 청산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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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알트코인에 손댔다가 40%씩 날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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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더 급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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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은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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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더 빨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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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고는 더 얇아지고
그때 제 투자 스타일은 단 하나였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복구해야 한다.”
그 조급함은
4억을 2억으로,
2억을 1억으로,
그리고 그 아래로 빨아들였습니다.
최종 붕괴: FTX 파산
설상가상으로
FTX 거래소가 파산했습니다.
저는 FTX에 들고 있던 코인을 빼지도 못한 채
그 계좌를 그냥 잃었습니다.
그 순간 느꼈던 무력감은
손실도 아니고
화도 아니고
그저 진공 같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제가 잃은 건 돈이 아니라 제 자신이었다는 사실.
나는 결국 다시 직장으로 돌아갔다
친구와 가족에게 날카롭게 굴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거울 속 얼굴은 삭아 있었고,
이젠 도망칠 곳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걸 멈췄습니다.
차트를 닫고, 선물을 지우고,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돈에 매달렸지?”
그 질문 하나가
저를 다시 현실로 끌어올렸습니다.
결국 저는 다시 이력서를 냈습니다.
다행히 저를 받아주는 회사가 있었고
그곳에서 다시 안정적인 리듬을 찾았습니다.
조급함이 사라지니
숨도 돌아오고
관계도 돌아오고
제가 다시 보였습니다.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누구에게는 이렇게 들릴 수 있습니다.
“아 그래서 직장을 함부로 때려치지 말라고?”
“결론은 코인 하지 말라는 거야?”
그게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입니다.
삶의 방향을 잃은 상태에서 돈을 좇으면
투자든 퇴사든 결국 ‘파국’으로 간다.
돈은 삶의 일부이지
삶 그 자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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