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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흑백요리사2를 보고 있으면 반응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이미 ‘최강록 앓이’를 하고 있다.
그 감정의 한가운데에는 유독 오래 남는 장면이 있다.
깨두부를 만들기 위해 쉼 없이 손으로 젓는 모습,
그리고 그가 덧붙인 한 마디.
“젓다보면 느낌이 옵니다.”
이 말은 단순히 요리는 감각이라는 식의 표현으로 넘기기엔 묘하게 구체적이다.
그 ‘느낌’은 무엇이고, 왜 굳이 손이어야 했을까.
깨두부는 두부가 아니다
깨두부는 이름과 달리 콩 단백질로 굳히는 두부와 전혀 다른 음식이다.
참깨의 지방과 전분을 분리시키지 않은 채, 유화 상태로 점도를 끌어올려 굳힌다.
참깨는 지방 함량이 높고,
전분은 열과 전단력에 매우 민감하다.
조금만 과하면 기름이 분리되고,
조금만 늦으면 덩어리가 생긴다.
그래서 깨두부는 결과보다 과정 관리가 훨씬 중요한 요리다.
기계가 있는데도 왜 쓰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요즘 조리 기계도 좋은데, 왜 꼭 손으로 젓나?”
대부분의 기계는 깨두부에 맞지 않는다.
믹서기나 핸드블렌더는 회전 속도가 너무 빠르고,
휘핑기는 공기를 섞는 구조라 깨두부엔 치명적이다.
산업용 교반기는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속도·온도·전단력을 동시에 미세하게 제어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 조건을 안정적으로 만족시키기 어렵다.
“느낌이 옵니다”라는 말의 실제 의미
최강록 셰프가 말한 ‘느낌’은 추상적인 감성이 아니다.
손으로 젓는 동안 요리사는
점도가 변하는 저항,
바닥에서 올라오는 끈기의 변화,
전분이 풀리며 균일해지는 순간을
촉각으로 동시에 읽는다.
이 변화는 수치로는 늦게 포착된다.
그래서 요리사들은
“확인된다”가 아니라 “온다”고 말한다.
기계로 하면 더 어려워지는 이유
깨두부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은
실패가 눈에 보이기 직전이다.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내부 구조는 이미 무너지고 있는 상태.
기계는 이 구간을 정상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사람 손은
“이제 넘어간다”는 신호를 먼저 느낀다.
그래서 이 요리에서는
손이 감성적인 선택이 아니라
가장 빠른 피드백 장치가 된다.
사람들이 그 장면에서 울컥하는 이유
깨두부를 손으로 젓는 장면이 사람 마음을 건드린 이유는
기술적인 선택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이 떠올린 건
이 음식이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오랫동안 저어야 하는지,
그렇게 만든 음식이 장사에서는 잘 팔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 깨두부는
영업이 끝난 뒤,
자영업자가 혼자 먹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
수십 분을 저어 만든 음식과
그 수고가 보상받지 못하는 날들.
그 장면은
게으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시간을 겹쳐 보이게 만든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대단하다’가 아니라
‘안다’는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왜 깨두부는 아직도 손으로 젓는가
이제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온다.
정말로 기계로 만들 수 없어서일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속도, 온도, 전단력, 분리 징후를
동시에 감지하고 즉각 조정해야 한다.
지금의 기술로는
이 모든 변수를 가장 빠르게 통합해 처리하는 존재가
여전히 사람 손이다.
그래서 깨두부를 손으로 젓는 건
전통을 고집하는 선택이 아니라
가장 실패 확률이 낮은 공정 관리 방식이다.
“젓다보면 느낌이 옵니다”라는 말은
감성의 언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수없이 반복된 실패와 경험이 압축된
현장형 판단 기준에 가깝다.
깨두부에 기계를 쓰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직은 손이, 가장 정밀하기 때문이다.
이 글이 좋았다면, 최강록이 책에서 어떤 언어로 요리와 삶을 풀어내는지도 궁금해질 것이다.
방송에서 보였던 ‘느낌’이 문장으로는 어떻게 남아 있는지,
손을 멈추지 않았던 시간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어졌는지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한 번 참고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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