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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되면 이상하게 더 바빠진다. 해야 할 일은 늘었고, 신경 써야 할 사람도 많아졌고, 머릿속은 항상 뭔가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정작 하루가 끝나고 나면 뭘 했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열심히 살았는데 손에 잡히는 게 없는 느낌. 이 찝찝함이 쌓이면 무기력이 온다.
나도 한동안 그랬다. 생각은 많은데 하나도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는 압박만 커지던 시절이 있었다. 눈이 피곤하고 두통이 오고, 몸보다 머리가 먼저 지쳐버렸다.
그때 내가 내린 결론은 단 하나였다. 복잡하게 살지 말자.
한 번에 하나씩, 당연한 말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중요한 것부터 먼저 해라." 누구나 아는 말이다. 그런데 막상 일이 겹치면 우리는 그 당연한 걸 못 한다. 이것도 신경 쓰이고 저것도 신경 쓰이고, 심지어 5일 뒤에 있을 일까지 지금 걱정하기 시작한다. 바로 앞에 해야 할 일이 있는데도.
40대는 특히 이게 심하다. 직장에서의 일, 가정에서의 역할, 부모님 걱정, 아이 걱정, 노후 걱정까지. 레이어가 너무 많이 쌓여 있다 보니 뭐 하나를 처리하려 해도 다른 것들이 계속 끼어든다.
내가 바꾼 건 딱 하나였다. 일이 겹칠 때 고민하지 않기로 한 것. 고민 대신 그냥 하나만 묻는다. 지금 이 순간, 뭐가 더 중요하지? 그게 나오면 그것만 한다. 불안해하고 짜증내고 머뭇거리는 시간을 없앴더니 오히려 일이 빨리 끝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답답하다. 이렇게만 해도 되나 싶다. 그런데 계속 반복하다 보면 신기한 일이 생긴다. 머리가 조용해진다.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들
우리는 생각보다 너무 많은 걸 안고 산다. 굳이 안 해도 되는 약속, 의미 없이 반복되는 만남, 비교하게 만드는 콘텐츠들, 그리고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도는 걱정들.
40대쯤 되면 알게 된다. 이 모든 게 조금씩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문제는 그게 티가 잘 안 난다는 거다. 한꺼번에 무너지는 게 아니라 아주 천천히, 조금씩 소진된다.
그중에서 제일 먼저 내려놔야 하는 게 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집착하는 것이다.
이미 끝난 일을 붙잡고 있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을 두려워하거나,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을 고민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쓰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지금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놓친다.
나는 이걸 구분하는 질문을 하나 만들었다. 이거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인가?
바꿀 수 있으면 행동한다. 바꿀 수 없으면 내려놓는다. 말은 쉽다. 실제로 하기는 정말 어렵다. 그래서 나는 행동보다 인식부터 시작했다. 아, 지금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에 에너지 쓰고 있네. 그냥 그걸 알아차리는 것부터. 인식이 되는 순간 이미 반은 빠져나온 거다.
덜어낼수록 보이는 것들
단순하게 산다는 건 대충 산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필요 없는 것들을 걷어내야 정말 중요한 게 보인다. 내가 지키고 싶은 것, 내가 집중해야 할 방향,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의 모습.
40대에 이걸 깨닫는 건 늦은 게 아니다. 어쩌면 딱 맞는 타이밍이다. 20대에는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30대에는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달렸다. 40대가 돼서야 비로소 뭘 내려놔야 하는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많이 쌓는 것보다 잘 덜어내는 사람이 결국 더 멀리 간다. 삶도, 일도, 관계도 마찬가지다.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버거울수록 하나씩. 이게 요즘 내가 사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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