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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열심히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책상에 앉아 교과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형광펜을 칠하고, 노트에 옮겨 적었다. 그런데 시험지를 받아 들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 답답함을 40대가 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뒤늦게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거나, 새로운 분야를 배워야 할 일이 생겼을 때 그 감각이 다시 돌아온다. 아, 나는 원래 머리가 나쁜 사람이구나. 그렇게 일찌감치 포기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패턴이 없었던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관찰해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특별히 더 오래 앉아 있지 않는다. 오히려 짧게 보고도 더 많이 기억한다. 비결은 머리가 아니라 습관화된 학습 패턴에 있다.
포장 달인을 생각해 보자. 그 사람은 박스를 보지 않고도 손이 알아서 움직인다. 수천 번의 반복이 그 동작을 의식 밖으로 밀어낸 것이다. 공부도 다르지 않다. 잘하는 사람들은 읽으면서 동시에 구조를 파악하고, 핵심을 추려내고, 다음 내용을 예측하는 일을 무의식적으로 해낸다. 그게 습관이 된 것이다.
반면 우리 대부분은 그 패턴 없이 그냥 읽는다. 눈은 글자를 따라가지만 머리는 딴 곳에 있다. 그래서 다 읽고 나서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핵심은 이것이다. 내가 가장 효율적으로 이해하는 나만의 학습 패턴을 하나 만들고, 그것을 몸이 기억할 때까지 반복하는 것.
구조를 먼저 잡아라, 세부는 나중이다
40대가 되면 한 가지를 절실하게 깨닫는다. 시간이 없다는 것. 20대처럼 밤새 책상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방법이 달라야 한다.
효율적인 학습의 시작은 전체 구조를 먼저 머릿속에 넣는 것이다. 어떤 책이든, 어떤 교재든 목차부터 펼쳐라. 이 내용이 크게 몇 가지로 나뉘는지를 먼저 파악한다. 그 다음 각 항목 안에 몇 가지 세부 내용이 있는지를 파악한다. 세부 내용은 그 다음이다.
예를 들어 어떤 개념을 공부한다면, 큰 분류가 두 가지라는 것을 먼저 외운다. 그것만으로도 절반은 머릿속에 들어간 것이다. 그 두 가지 안에 각각 몇 가지 항목이 있는지를 그 다음에 외운다. 세부 내용은 큰 구조가 잡힌 후에 자연스럽게 붙는다.
나무부터 심고 가지를 치는 것이 순서다. 잎사귀부터 붙이려 하면 나무가 없으니 붙일 곳이 없다.
책의 목차를 쓴 사람도 독자가 잘 이해하도록 순서를 고민해서 배치했다. 정의, 원인, 증상, 진단, 치료 순으로 흘러가는 구조는 사실 이야기의 전개와 같다. 그 흐름을 이해하고 읽으면 내용이 훨씬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잘하는 사람을 그냥 바라보지 말고, 분석하라
혼자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어느 수준 이상을 넘기 어렵다. 나는 오래 운전을 했지만 여전히 주차가 서툴다. 반면 대리주차 기사는 처음 보는 차를 몇 초 만에 집어넣는다. 반복의 양이 아니라 반복의 질이 다른 것이다.
잘하는 사람을 찾아라. 그리고 그냥 부러워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나와 무엇이 다른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라. 공부 잘하는 사람은 책을 어떻게 읽는가. 노트를 어떻게 정리하는가. 복습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그 사람과 나 사이의 결정적인 한 끗 차이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40대의 강점은 경험이다. 비교하고 분석하는 능력은 20대보다 훨씬 낫다. 이 강점을 학습에 그대로 쓰면 된다. 내가 지금 하는 방식과 잘하는 사람의 방식을 나란히 놓고, 차이를 좁혀 나가는 것. 이것이 나머지 20%를 채우는 방법이다.
목표는 크게, 단계는 잘게 쪼개라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 목표는 세우는데 단계를 나누지 않는 것이다. 자격증을 따겠다, 영어를 잘하겠다, 이런 선언만 하고 다음 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목표는 감정이고, 계획은 기술이다. 감정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자격증을 따고 싶다면, 시험일까지 남은 기간을 역산하고, 과목별로 주차를 배분하고, 이번 주 월요일에 무엇을 할 것인지까지 내려와야 한다. 단계 중 하나가 막히면 돌아가면 된다. 장애물이 생겼다고 목표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길이 막히면 우회하면 된다는 것, 이것도 40대가 되어서야 조금씩 알게 되는 것들 중 하나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말의 진짜 의미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릴 때가 있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지금 40대라면 앞으로 살아갈 날이 지나온 날보다 짧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방법이었다. 맞지 않는 방법으로 아무리 오래 해도 늘지 않는다. 반대로 맞는 방법을 찾으면 생각보다 빠르게 달라진다.
나만의 학습 패턴을 만들고, 구조부터 잡고, 잘하는 사람과 비교하며 차이를 좁히고, 목표를 단계로 쪼개서 하나씩 클리어해 나가는 것. 이 흐름이 몸에 익으면 어떤 분야든 상위 10%에 드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늦은 게 아니다.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알았으니, 지금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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