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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주제로 글을 쓰게 된 건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에서입니다. 40대가 되고 나니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의 숫자가 조금씩 줄어드는 게 느껴집니다. 같이 밥 먹고, 술 마시고, 힘든 시간을 공유했던 사람이 어느 날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하고, 공들여 쌓은 관계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허물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뭔가 더 해야 했나, 내가 뭘 잘못한 건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그런데 최근에 불교의 인연 개념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그 반복되는 자책의 패턴이 어디서 오는 건지 조금은 이해가 됐습니다. 이 글은 그 이야기입니다. 역시나 정답은 아니고, 같은 고민을 하는 분과 함께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붙잡으려 할수록 왜 더 멀어지는가
부처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억지로 붙잡으려 하면 그 마음이 부담이 되어 상대는 도망치고, 너는 지치게 된다."
직장 생활에서 이걸 참 많이 경험했습니다. 친해지고 싶은 상사에게 필요 이상으로 말을 걸고, 멀어지는 것 같은 동료에게 괜한 안부를 던지고, 어색해진 관계를 억지로 되돌리려고 먼저 연락을 넣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관계는 더 어색해집니다. 상대는 부담을 느끼고, 나는 지쳐갑니다.
꽃은 잡으려 할수록 시들고, 물은 움켜쥘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갑니다. 인연도 그렇습니다. 밀어낸다고 오는 것도 아니지만, 잡아당긴다고 붙잡히는 것도 아닙니다. 40대가 되어서야 조금씩 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더 일찍 시작한 분들은 더 빨리 알았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제야 조금 실감하는 중입니다.
기다림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기다리는 것도 괴롭고, 마음을 전하지 않자니 더 힘이 듭니다." 부처님의 제자가 한 이 말이 유독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도 자주 이 사이에서 갈팡질팡했으니까요.
부처님의 대답은 단순했습니다. 상대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내 마음을 조용히 다스리며 기다리는 것, 그것이 진짜 기다림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쉽게 들리지 않습니다. 직장인의 현실에서 기다림은 종종 방치처럼 느껴집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맞나, 이러다 완전히 끊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따라붙습니다.
그래도 돌이켜 보면, 억지로 이어붙이려 했던 관계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간 관계가 더 오래갔습니다. 잔잔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더니 어느 날 상대가 먼저 연락을 해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부처님 말대로입니다. 단단한 나무엔 언제나 그늘을 찾는 새들이 스스로 날아듭니다.
원망을 놓아야 앞으로 걸을 수 있다
가장 찔렸던 부분은 원망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망은 아직도 그 인연에 내 마음이 매여 있다는 뜻이다. 상처는 내 안에 남고, 고통도 너의 몫이 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억울한 순간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진심을 다했는데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린 동료, 열심히 했는데 공을 가져간 상사, 믿었는데 배신한 사람. 그 기억들을 꽤 오래 품고 살았습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주말 아침 혼자 커피를 마실 때, 문득 그 장면들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말처럼 나뭇가지를 손에 쥐고 있으면 결국 상처는 내 손에 납니다. 상대는 이미 잊었을지 모르는데, 나만 계속 쥐고 있는 겁니다. 놓아야 하는 건 인연이 아니라, 그 인연에 묶인 내 감정이라는 말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인연은 흐름이다 : 거스르지 않아도 됩니다
이 글의 결론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인연은 흐름입니다. 머물 인연은 내가 애쓰지 않아도 머물고, 떠날 인연은 내가 아무리 붙잡아도 떠납니다.
40대가 되면 이게 조금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젊을 때는 사람을 잃는 게 실패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냥 흐름이라는 게 체감됩니다.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고, 계절이 있습니다. 가을에 떨어진 낙엽을 보면서 나무가 실패했다고 하지 않듯이, 자연스럽게 멀어진 인연을 내 탓으로만 돌릴 필요는 없습니다.
진짜 인연은 떠나도 내 안에 따뜻함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을 기억할 수 있다면, 그 인연은 끝난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내 안에 남아 있는 겁니다. 부처님의 말처럼, 기억을 안고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지혜입니다.
마무리 : 손을 비워야 다음이 들어옵니다
마무리하면서 한 가지만 남기고 싶습니다. 지금 누군가를 억지로 붙잡고 있다면, 혹은 멀어진 관계 때문에 자꾸 자책하고 있다면, 잠깐 손을 펴보세요. 비워낸 손에 더 깊은 인연이 들어온다는 말이, 이제는 조금 믿어집니다.
자신의 삶을 단정히 가꾸고, 자기 길을 똑바로 걷는 것. 그게 인연을 만드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라고 부처님은 말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하루, 내 자리에서 조용히 나다운 걸음을 걷는 것부터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손에 무엇을 쥐고 계신가요? 그게 인연인지, 아니면 집착인지, 한번쯤 들여다볼 때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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