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나는 한때 비트코인을 비웃는 쪽이었다.
주변에서 비트코인 얘기를 꺼내면 그거 도박 아니야,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거잖아라고 했다. 뉴스에서 하도 사기니 거품이니 했으니까.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죄다 위험하다고 했으니까. 딱히 스스로 공부해서 내린 결론이 아니었다. 그냥 들리는 대로 믿었을 뿐이다.
그러다 3천만원을 날렸다.
비트코인이 아니라 알트코인으로.
3천만원이 사라지기까지
2021년쯤이었다. 주변에서 코인으로 돈 벌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렸다. 비트코인은 너무 비싸고 이미 늦은 것 같고, 그래서 눈을 돌린 게 알트코인이었다.
어떤 코인이었냐고. 지금은 이름도 잘 기억 안 난다. 예치를 하면 하루에 몇만 원씩, 잘 되면 십만 원 이상도 들어오는 구조였다. 스테이킹이라고 불렀다. 코인을 맡겨두면 이자처럼 보상이 쌓였다. 처음 한 달은 진짜로 돈이 들어왔다. 그게 화근이었다.
믿음이 생겼다. 더 넣었다. 지인한테도 얘기했다. 그러다 어느 날 코인 가격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천천히가 아니라 순식간에. 예치한 코인의 가치가 반 토막, 십분의 일 토막이 됐다. 빠져나오려 해도 유동성이 없었다.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었다.
결국 3천만원 중 남은 건 거의 없었다. 99% 손실. 숫자로 쓰니 간단해 보이지만 그 돈이 어떤 돈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그때 내가 왜 그 코인을 샀는가
지금 돌아보면 답이 명확하다.
나는 스스로 판단한 게 아니었다. 커뮤니티에서 좋다고 하니까. 유튜브에서 누가 추천했으니까. 하루에 몇 퍼센트 수익이 나온다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으니까. 그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 그 코인이 실제로 어떤 가치를 갖는지, 왜 그렇게 높은 이자를 줄 수 있는지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
누가 시키는 대로 한 것이다. 내 판단이 아니었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싫어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뉴스가 사기라고 했으니까 사기라고 했다. 전문가가 거품이라고 했으니까 거품이라고 했다. 한 번도 직접 공부해서 내린 결론이 없었다.
나는 그냥 입력된 대로 출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NPC라는 말이 마음에 걸린 이유
어딘가에서 이런 말을 읽었다. 게임 속 NPC처럼 정해진 알고리즘대로 반응하는 사람들이 현실에도 있다고. 비트코인 얘기를 꺼내면 뉴스에서 본 사기, 도박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렇다고.
처음엔 좀 불편했다. 너무 오만한 시각 아닌가 싶었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그 말이 불편했던 이유가 나한테도 해당되는 얘기였기 때문이었다. 40대가 되도록 투자에 관해 스스로 공부하고 판단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학교에서는 그런 걸 가르쳐주지 않았다. 직장에서는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미덕이었다. 좋은 회사, 안정적인 월급, 그게 성공이라고 배웠다.
그러다 보니 돈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도 남이 좋다고 하는 걸 따라가는 게 습관이 됐다. 비트코인을 싫어한 것도, 알트코인에 3천만원을 넣은 것도, 결국 같은 습관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은 다른 것이다
손실을 겪고 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공부를 했다.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고정되어 있다. 누가 바꿀 수 없다. 중앙에서 통제하는 주체가 없다. 채굴량은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든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줄어드는 구조다.
내가 투자했던 알트코인은 달랐다. 발행량을 마음대로 늘릴 수 있었다. 높은 이자를 주는 구조가 유지되려면 새 투자자가 계속 들어와야 했다. 들어오는 사람이 줄면 구조가 무너진다. 전형적인 폰지 구조였는데 그걸 몰랐다.
하루에 몇만 원씩 들어오는 게 신기하고 좋았지,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40대에 비트코인을 다시 보게 된 이유
3천만원을 잃고 나서 한동안 코인 자체를 멀리했다. 그냥 다 사기라고 결론 내리고 싶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잃은 건 비트코인 때문이 아니었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남이 좋다는 걸 따라간 내 판단 때문이었다. 비트코인은 내가 손댄 적도 없었다.
그리고 지난 10년, 15년의 수익률을 보면 비트코인을 이긴 자산이 없다. 주식도, 부동산도, 금도. 단순한 사실이다.
월급을 받아서 쓰면 시간이 그냥 사라진다. 저축을 해도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 부동산은 세금과 규제가 있다. 주식은 양도세가 있다. 어떤 자산이든 국가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개인 지갑에 넣어두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 국경도 없다. 세금 신고 여부와 무관하게 자산 자체를 빼앗을 수 없는 구조다.
이게 40대에 돈에 관해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스스로 내린 결론이었다.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지금 나는 주변에 비트코인을 권하지 않는다.
3천만원 날린 얘기를 하면 봐라, 코인은 역시 사기잖아라는 말이 돌아온다. 비트코인이랑 알트코인이 다르다고 설명하면 그게 그거지라는 반응이 온다. 더 설명하면 할수록 관계만 불편해진다.
맞는 말을 해도 반감이 생기는 이유를 이제는 안다. 오랫동안 믿어온 방식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면 된다, 안정적인 게 최고다, 이렇게 살아온 사람에게 그 방식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말은 그냥 정보가 아니라 공격처럼 들린다.
그래서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시간 낭비다.
대신 그 시간에 내가 더 공부하고, 더 모으는 게 낫다.
결국 남는 것은 내 판단이다
.40대가 되면 한 가지를 실감한다.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
20대에 열심히 일하면 30대엔 나아지겠지. 30대에 열심히 일하면 40대엔 여유로워지겠지. 근데 막상 40대가 되면 그냥 더 바쁘고 더 피곤하다. 월급은 올랐는데 쓸 곳은 더 많아졌다. 남는 게 없다.
소비하는 시간과 축적되는 시간이 있다고 한다. 월급 받아서 다 쓰면 그 시간이 그냥 사라지는 것이다. 남는 게 없다. 그 돈이 미래에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오게 만들어야 축적이 된다.
3천만원을 날리고 나서 처음으로 이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됐다. 나는 지금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가, 아니면 축적하고 있는가.
쉽지 않은 질문이다. 정답도 없다. 그냥 내가 판단해야 한다.
남이 좋다고 해서 따라가지 않기. 남이 나쁘다고 해서 무시하지 않기. 직접 공부하고 직접 결론 내리기. 3천만원짜리 수업료를 내고 겨우 배운 것이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