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4기 생존율 1%의 기록, 중년 남성이 말하는 만성 피로와 수면 부족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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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우연히 한 영상을 봤습니다.

췌장암 4기 판정을 받고 생존 4년 차가 된 40대 남성의 이야기였습니다. 생존율 1%라는 숫자. 처음 그 숫자를 들었을 때 솔직히 실감이 잘 안 났습니다. 1%라는 게 어느 정도인지. 100명 중 99명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쉽게 이미지로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영상을 다 보고 나서 한동안 화면을 그냥 바라봤습니다.

이 사람이 특별히 나쁜 생활을 한 게 아니었습니다. 진단 전까지 지병 하나 없었고,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했고, 겉으로 보기엔 건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췌장암 4기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계속 저를 떠올렸습니다.


그의 일상이 나의 일상과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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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암 진단 전 살아온 방식을 이야기할 때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10년간 3교대 근무. 밤낮이 뒤바뀐 생활. 빨리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 뭔가를 갈아 넣으면 보상이 온다는 믿음. 가족보다 일 먼저. 아이 육아는 아내에게 미루고 자신은 앞만 보고 달리는 삶.

저도 다르지 않습니다.

40대가 되면서 어느 날부터 잠이 예전 같지 않아졌습니다. 새벽에 한 번씩 깨고, 잠들기 전에 일 생각을 합니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피곤하다는 핑계로 미룹니다. 소화가 가끔 안 되는데 그냥 넘깁니다. 바쁘니까, 원래 이 나이엔 그런 거니까. 그렇게 넘겨왔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살다가 췌장암 4기가 됐습니다.


췌장암이 무서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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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야기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증상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복통이 있었고, 설사가 심했고, 피곤했고, 체중이 빠졌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냥 장염이려니 생각했습니다. 등이 아팠는데 허리 디스크인 줄 알았습니다. 그 증상들이 6개월이나 지속됐는데, 발견했을 때는 이미 4기였습니다.

췌장암이 이렇게 늦게 발견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췌장은 우리 몸 깊숙이 숨어 있어서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1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60~70%지만, 4기에 발견하면 1%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3기, 4기에 발견됩니다.

더 무서운 건 진행 속도입니다. 다른 암은 1기에서 천천히 진행되는 동안 췌장암은 이미 4기까지 가버린다고 했습니다. 주변에 간, 담낭, 위, 콩팥 같은 핵심 장기들이 모두 몰려 있어서, 조금만 퍼져도 수술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그가 말한 한 마디가 계속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약을 먹어도 호전이 없는 소화 불량, 두 달 이상 지속되는 등 통증이 있으면 일단 초음파부터 확인하세요."


수면이 이렇게 중요한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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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지목한 원인 중 하나가 수면 패턴의 붕괴였습니다.

10년간의 3교대 근무. 잘 시간에 자지 못하는 삶. 그가 돌이켜보며 가장 후회한 것 중 하나였습니다.

잠을 자는 어두운 시간에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이 호르몬이 면역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합니다. 수면이 불규칙해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고, 이게 혈당을 급격히 올립니다. 몸이 항상 긴장 상태에 있게 됩니다. 그 상태가 수년간 지속되면 면역 시스템이 망가지고, 나쁜 세포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저도 수면을 대충 여겨왔습니다. 늦게 자고, 알람에 억지로 일어나고, 주말에 몰아서 자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몸속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이번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봤습니다.


췌장에게 미안한 식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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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또 이야기한 것이 식습관이었습니다.

췌장은 단 9~10cm짜리 작은 장기입니다. 그런데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를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분비하는 기관입니다. 탄수화물이 당으로 바뀌는 것도 췌장이 관여합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의 소화와 혈당 조절을 이 작은 장기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패스트푸드, 정크푸드, 기름진 음식, 과도한 탄수화물. 이런 식사를 반복하면 췌장은 쉬지 못하고 계속 일해야 합니다. 우리가 먹고 누워서 자는 동안에도. 이 작은 장기에 계속 과부하를 주다 보면 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한다고 했습니다.

한국인의 췌장은 서양인보다 작습니다. 그만큼 여력도 적습니다. 소식하고, 건강한 단백질 위주로 먹고, 고열량 음식을 줄이는 것. 그게 이 작은 장기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편의점 도시락, 배달 음식, 야식. 제 40대 식단을 돌아보니 췌장 입장에서는 가혹한 환경이었겠다 싶었습니다.


나중에 하면 되겠지, 그 나중이 안 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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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장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가장 무겁게 한 말이 이것이었습니다.

암 판정을 받기 전까지 그는 늘 나중을 믿었습니다. 아이 육아는 나중에 같이 하면 되고, 아내와의 관계는 나중에 좋아지면 되고, 하고 싶은 일은 나중에 여유 생기면 하면 된다고. 그런데 암 4기 판정을 받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그 나중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저도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아이와 여행은 나중에 가자. 운동은 이번 주 지나면 시작하자. 오래된 친구는 다음에 보자. 40대가 되면서 나중은 점점 더 멀어지고, 지금 이 순간은 점점 더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는 지금 대리운전을 하면서 병원을 다닙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 됐는데, 아들과 유럽 배낭여행을 가는 게 꿈이라고 했습니다. 암 4기 판정을 받고 4년을 살아낸 사람이 가진 꿈이 그것이었습니다.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아들과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것.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제 꿈이 뭔지 생각해봤습니다. 얼마 만에 처음으로 해보는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40대에 챙겨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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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야기에서 실질적인 조언도 몇 가지 건졌습니다.

소화 불량이 약을 먹어도 낫지 않고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위장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특히 갑작스러운 혈당 변화, 체중 감소, 황달 증상이 동반된다면 더 주의해야 합니다. 등 통증이 한 부위만 콕콕 쑤시는 게 아니라 전체로 퍼지는 묵직한 통증이라면 정형외과보다 내과 초음파를 먼저 보는 게 낫습니다.

검진할 때 복부 초음파를 추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비용도 비싸지 않고, 방사선 노출도 없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췌장 MRI를 3~4개월 간격으로 찍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40대가 되면 건강검진을 챙기면서도 항목을 대충 보게 됩니다. 어차피 별거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그는 별거 없을 거라고 생각하다가 4기가 됐습니다.


잘 살고 싶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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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보고 나서 가장 오래 생각한 건 이것이었습니다.

그는 암에 걸리고 나서야 매 순간이 소중해졌다고 했습니다. 이전에는 순간순간을 그냥 흘려보냈는데, 지금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느껴진다고. 아이가 한 뼘 더 자란 것, 아내와 나눈 짧은 대화, 창밖에 지나가는 풍경 같은 것들이.

암에 걸리지 않고도 그걸 알 수는 없을까요.

저는 아직 건강합니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생각 자체가 이미 그가 암 진단 전에 했던 생각과 같습니다. 건강하다고 믿고, 나중을 믿고, 지금 이 순간을 대충 흘려보내는 것.

오늘 저녁에 아이와 밥을 같이 먹어야겠습니다. 핸드폰은 내려놓고. 그냥 그것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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