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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가끔 듣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어폰 꽂고 멍하니 서 있을 때, 유튜브 알고리즘이 어디선가 건져 올린 플라이투더스카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잠깐 멈추게 됩니다. 2000년대 초, 우리가 아직 젊었던 그 시절의 노래들. 환희의 목소리와 브라이언의 감성이 뒤섞인 그 사운드는 지금 들어도 어딘가 먹먹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요. 플라이투더스카이 신곡을 기다리다가, 어느새 기다리는 것도 잊어버렸습니다.
왜 노래가 안 나오는 걸까. 어쩌다 팬들도 그냥 넘어가버렸던 그 질문. 최근 한 방송에서 브라이언이 직접 답을 꺼냈습니다.
브라이언이 말한 그 원인: 목이 아니라 뇌의 문제였다
브라이언은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 상태가 안 좋아서 음악을 못 하고 있다고. 치료도 받았고, 보컬 트레이닝도 틈틈이 했는데 나아지지 않는다고.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트레이닝하고 치료 받는 것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했어요. 뇌에서 '너는 이제 못 한다'라는 게 꽂혀 있대요."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야구 선수들의 입스 같은 거 아니야?"
브라이언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입스(Yips)란 무엇인가
입스는 원래 골프 용어에서 시작됐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퍼팅 직전에 손이 떨리거나 굳어버리는 현상.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그 동작을 너무 잘 해온 사람에게 찾아옵니다.
방송에서 언급된 사례가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이야기였습니다. 세계 최정상급 2루수인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1루에 공을 못 던지게 된 겁니다. 손에 잡히지도 않고, 팔이 굳어버리고, 아주 짧고 쉬운 그 거리가 갑자기 불가능해집니다. 기량이 사라진 게 아닙니다. 뇌가 그 동작을 거부하기 시작한 겁니다.
가수에게 입스가 오면 노래가 그렇게 됩니다. 수십 년을 불러온 목소리가, 어느 순간 뇌의 신호가 끊기면서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치료를 받아도, 연습을 해도, 몸은 이미 알고 있는데 뇌가 허락하지 않는 상태. 이게 브라이언이 겪고 있다고 고백한 것입니다.
입스는 왜 생기는 걸까
의학적으로 입스는 국소성 근긴장이상증(focal dystonia)과 심리적 수행 불안(performance anxiety)이 복합적으로 얽힌 상태로 봅니다.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같은 동작을 반복해온 고숙련자에게 특히 많이 나타납니다. 뇌가 그 동작을 자동화해서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느 시점에 오류가 생기고, 그게 한 번 각인되면 의식적으로 노력할수록 오히려 더 깊이 꽂히는 역설이 생깁니다. "이번엔 잘 해야 해"라고 집중할수록 더 안 되는 그 느낌, 운동을 좀 해본 사람이라면 어렴풋이 알 겁니다.
치료는 보통 이렇게 접근합니다.
인지행동치료(CBT)를 통해 "나는 못 한다"는 뇌의 굳어진 신호를 다시 쓰는 작업을 합니다. 동작 재학습을 통해 자동화 경로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도 합니다. 일부 경우엔 보톡스 주사로 근육의 과긴장을 일시적으로 풀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당사자가 그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브라이언이 "환이한테만 계속 미안하다"고 말한 것, 그 미안함 자체가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입스는 압박을 받을수록 깊어지는 병이니까요.
환희는 기다리고 있다
그 방송에서 환희는 브라이언을 닦달하거나 언제 나오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20년 넘게 손목에 차고 다닌다는 우정 팔찌 이야기를 하면서, 브라이언이 트로트에 새로 도전하는 걸 보며 너무 자랑스럽다고 문자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했습니다.
환희 본인은 트로트로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중장년 팬들 앞에서 무정블루스를 부르고, 전혀 다른 결의 관객들에게 새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절반이 홀로 새 길을 걷는 동안, 나머지 절반은 목소리가 돌아오길 조용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도 기다리면 됩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그 목소리가 돌아오는 날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직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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